서울의 2010년대 초반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광화문 근처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를 지나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고, 영화 "도둑들"과 같은 블록버스터가 연이어 흥행하던 때였다. 나는 매일같이 강의가 끝나면 광화문으로 향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늦은 밤까지 알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로변을 피하고 싶어서, 광화문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그 골목은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좁게 뻗어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곳이었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있던 탓에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걷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