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광화문 뒷골목의 그림자

31weeks 2024. 7. 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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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뒷골목의 그림자

 

 

서울의 2010년대 초반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광화문 근처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를 지나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고, 영화 "도둑들"과 같은 블록버스터가 연이어 흥행하던 때였다. 나는 매일같이 강의가 끝나면 광화문으로 향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늦은 밤까지 알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로변을 피하고 싶어서, 광화문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그 골목은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좁게 뻗어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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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어폰을 끼고 있던 탓에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걷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소름 돋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몇 걸음 더 걷자 그 느낌은 더 강해졌다. 마치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뒤를 돌아봤지만, 그저 그림자들만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내 그림자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또 다른 그림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빨리 이 골목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누군가가 내 뒤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도망치듯 골목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너희들, 광화문 뒷골목 이야기 들어봤어?" 친구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한 친구가 말했다. "아, 그 골목 말이지. 예전에 그곳에서 사람들이 자주 사라졌다는 소문이 있더라. 그래서 그 골목은 저주받았다고들 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이상 그 골목을 지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곳을 지나야만 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밤, 다시 그 골목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도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그 기분. 나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빠르게 걸었다. 그때 내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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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피하려고 길을 바꾸려 했지만, 그녀는 내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왔다.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나를 두렵게 했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줘..."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절박하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여자는 마치 증발해버린 것처럼 사라졌다. 나는 더 이상 그 골목을 지날 용기가 없었다.

 

몇 달 후, 나는 다른 일을 구해서 그 지역을 떠났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광화문 뒷골목의 그림자와 그 여자의 목소리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대개 웃으며 미신이나 헛소리라고 치부하지만, 나는 그날의 경험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서울의 화려함 뒤에는 이런 어두운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광화문 근처를 지날 때면 그 골목을 떠올리며 가슴이 서늘해진다. 지금도 그 골목에는 어딘가에서 나처럼 그 그림자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경고: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아닌 창작된 괴담입니다. 모든 내용은 허구이며, 실제 인물, 사건, 장소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저작권 주의: 이 글의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 2024 31weeks.co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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